‘잠실야구장 노예’ 사건의 피해자인 지적장애인의 급여와 장애수당 등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친형을 불기소한 검찰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 사건이 친족간의 횡령이어서 친고죄에 해당한다면서도 인지사건으로 처리하는 등 절차면에서도 하자가 있었다는 점이 지적됐다.
지난 달 31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공익법재단 공감 등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4월 26일 지적장애인 A(61)씨의 형 B(74)씨의 횡령 혐의에 대해 불기소처분했다. 이들 단체들은 불기소처분에 대한 문제제기와는 별도로, A씨가 형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소인이 없는 인지사건으로 처리한 점을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이 인지사건으로 처리되는 바람에 A씨는 사건의 처리결과를 통지받지 못했다.
형사소송법 제258조 1항에 따르면 검사는 고소 또는 고발 있는 사건에 관하여 공소를 제기하거나 제기하지 아니하는 처분, 공소의 취소 또는 제256조의 송치를 한 때에는 그 처분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서면으로 고소인 또는 고발인에게 그 취지를 통지해야 한다.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는 “고소장을 제출했는데도 인지사건으로 처리하는 예는 들어본 적도 없다”면서 “더 황당한 부분은 피해자가 검찰을 찾아가 발급받은 불기소이유통지서를 보면 담당 검사는 이 사건이 피해자의 고소가 필요한 친고죄라는 점을 적시해놓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담당 검사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었다는 사실은 물론 이 사건 자체가 범죄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지서에는 “이 사건은 피의자와 피해자가 형제지간이라는 점에서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소위 친고죄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피해자는 경찰 수사가 개시된 이후 서울특별시 장애인인권센터의 도움을 얻어 피해자를 고소하였고, 고소장 및 피해자의 진술조서를 보면 피의자에 대한 처벌의사를 밝히는 대목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적혀 있다.
염 변호사는 “친고죄라고 써놓고 인지사건으로 처리한 것은 검찰 스스로가 앞뒤가 안 맞는 일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진석 변호사(법률사무소 다솜)도 “고소장이 들어갔는데 인지사건으로 처리해서 통지를 하지 않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처리”라고 지적했다.
사건 담당 검사가 A씨의 고소 의사를 사실상 무시한 근거는 'A씨의 상황판단력이 지체 수준. 내적 기준을 가진 생각이라고 볼 수 없고 주변상황에서 유도되는 방식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커 보임'이라는 내용의 심리평가보고서였다.
이에 대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피해자는 수사과정에서 가해자 처벌 의사를 밝히며 고소장까지 제출했지만 사건처분검사는 ‘내적 기준을 가진 생각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고소장 접수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처리했고, 의사결정 능력이 전혀 없는 의사무능력자로 간주했다”면서 “검찰이 이처럼 피해자의 진술을 무시한 것은 여전히 검찰조직 내에 지적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무시가 팽배해 있고 이런 인식이 전혀 변화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서울서부지검은 피해 장애인이 지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형사사법절차에서 고소인으로 받아야 할 처분통지 등을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며 장애인차별행위에 대한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