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the L]미국인 무비자 90일 체류 가능하지만 유승준은 2002년 2월 인천공항서 법무부에 의해 '입국금지'돼 이후 17년간 비자발급 안 되고 입국도 '금지']
유승준 MAMA / 사진제공=엠넷
가수 유승준(43·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이 지난 11일 대법원 판결로 17년 만에 한국에 입국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유승준이 2015년 LA총영사관에 F-4(재외동포체류)비자를 신청한 것을 두고 한국에 오고 싶다면 관광비자로 올 수 있는데 굳이 F-4 비자로 오려는 것은 각종 혜택을 받고 경제활동을 통해 이득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유승준이 관광비자로 입국이 가능하단 얘기는 '가짜뉴스'다. 이런 '관광비자 입국가능설'은 과거 유승준의 입국 시도 논란이 있을 때마다 반복돼왔지만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잘못된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상호주의와 국가이익을 고려해 미국을 무비자입국 허가대상국가로 지정하고 있다.(미국도 2008년 11월부터 한국을 비자면제프로그램에 가입시켜 ESTA허가만 받으면 한국인은 90일간 관광 및 상용목적 미국 입국가능)
◇미국인, 한국입국시 '관광비자' 별도로 없어 90일 무비자 체류 가능하지만…'유승준'은 '입국금지'
미국인은 무비자로 관광 및 상용목적으로 '90일간의 단기 체류'가 가능하다. 따라서 미국인에게 '관광비자'라는 건 따로 발급해주지도 않는다. 90일을 넘는 체류기간이 필요한 경우에만 별도로 비자를 받아야 한다.
유승준은 2002년 1월 미국 국적 취득 직후인 2월, 미국인 여권으로 '90일간의 무비자 단기 체류'를 이용해 입국하려다 인천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한 바 있다. 당시 병무청장은 '병무청의 국외여행허가를 받고 출국 한 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사실상 병역의무를 면탈한 유승준의 입국 자체를 금지해달라'고 법무부장관에게 요청했다.
법무부장관은 유승준을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3호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제4호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으로 해석해 '입국금지결정'을 했고 이를 내부 전산망인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에 입력했다.
2002년 2월, 공항에서 입국하지 못하고 미국행 비행기를 바로 타고 떠난 유승준은 법무부의 이 '입국금지결정'에 따라 법무부 직원에 의한 공항 입국심사에서 입국이 거절된 것이다. 당시 유승준에 대한 입국거부 소식은 전 국민이 알 수 있을 정도로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비자'의 문제가 아니라 '입국' 자체가 금지돼 있고 이게 17년간 법무부의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에 그대로 등록·유지돼 오고 있다. 2003년 '장인상(喪)'을 당해 3일간 특별히 법무부가 입국을 허락했던 때를 제외하곤 17년간 입국이 불가능했다.
'미국 시민권자' 유승준은 '무비자 90일 체류'도 막혀 있고 어느 비자를 신청해도 입국이 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다.
따라서 유승준의 '관광비자 입국가능설'은 법적으로 성립될 수 없는 유승준 비난만을 위해 만들어진 가짜뉴스다.
미국, 일본, 호주 등 48개국은 무비자 입국허가 대상국가로 지정돼 있다. 이들 국가 여권을 소지한 이들은 한국 입국시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 나라별로 최소 30일(카타르 등), 90일(미국, 일본 등), 6개월(캐나다)로 구분돼 있다. /자료=법무부 홈피
◇왜 F-4비자인가? '영리활동' 못 하는 다른 비자로 제한할 수 없나?…NO!
그렇다면 유승준에게 F-4외에 다른 선택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법 전문가들은 재외동포 신분인 유승준이 다른 '특별한' 방문 목적이 있지 않는 한 F-4비자를 신청하는 게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출입국업무 전문가인 배진석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유승준이 신청가능한 비자는 재외동포를 위한 F-4외엔 유학비자나 투자비자 정도를 고려할 수 있지만 유학이나 투자를 하려는 게 아닌 이상 현재 유승준의 상황에 맞는 비자는 F-4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2015년 시작된 법적 다툼은 파기환송심에서 결론이 날 것이다. 만약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 취지대로 LA총영사의 '비자발급 거부처분'이 잘못됐다는 결론이 난다면 유승준은 그 후 F-4비자를 다시 총영사에게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법무부의 업무위임으로 해외에서의 비자발급업무를 대행하는 외교부 소속 LA총영사가, 유승준이 신청한 F-4가 아닌 다른 비자로 주거나 영리활동을 못하는 조건을 부가해 F-4비자를 발급하는 방법도 가능할까?
배 변호사는 "비자발급에 있어 조건부라는 건 없다"며 "유승준 스스로 국내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유학비자를 신청하거나 거액의 투자를 조건으로 하는 투자비자를 '일부러' 신청하지 않는 한 재외동포에게 주는 F-4비자를 신청하고 법무부가 이를 내주는 게 법적으로 옳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15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재외동포체류자격 F-4비자의 근거법인)재외동포법에서 재외동포의 대한민국 출입국과 체류에 대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 비춰 봐도 재외동포(유승준)에 대한 기한의 정함이 없는 입국금지조치는 법령에 근거가 없는 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재외동포법 제정취지가 재외동포의 한국 출입국과 체류 제한을 완화해 재외동포가 거주국 국적을 취득·정착한 뒤에도 고국과의 관계가 단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판결이유의 14페이지를 주로 LA총영사의 비자 발급거부의 절차적 위법성을 지적하는 데 할애했으면서도, 마지막에 '재외동포법 제정 취지'를 강조해 기술함으로써 파기환송심에선 유승준에 대해 비자를 발급해 주는 게 절차적 위법을 치유할 뿐 아니라 '형평성' 등 내용상으로도 옳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연 4천명의 '국적 포기 병역회피자' 모두 '입국금지'됐나?…NO!
병무청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약 2만명이 한국 국적을 포기해 병역 의무에서 벗어났다. 연간 4000명 수준이다.
행정부와 사법부 4급 이상 공직자 아들 가운데에도 18명이 국적을 버리고 병역의무를 회피했다.
하지만 이들에겐 '유승준'과는 달리 법무부에 의한 '입국금지결정'이 내려져 있진 않다. 국적 포기 병역회피자들도 모두 단기체류로는 고국 방문이 가능하다. 게다가 이들은 만 41살이 넘으면 재외동포 체류자격으로 F-4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장기 체류도 가능하다.
결국 유승준에게만 국민정서법과 국민 감정을 거스른 '괘씸죄' 위반에 의한 '입국금지결정'이 17년간 유지돼 온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배 변호사는 "비자를 안주는 건 법대로 하면 되지만 입국금지 걸어놓고 한국에 영원히 못 오게 한다는 건 과하다"며 "범죄 저지른 외국인도 추방 이후 5년 뒤엔 법적으론 재입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파기환송심을 맡을 서울고등법원은 유승준 사건을 다시 심리해 판결을 내려야 한다. 파기환송심은 특별한 다른 사유가 없는 한,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야 한다. 따라서 파기환송심은 유승준 승소 결론으로 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실상 정부를 대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LA총영사 측이 불복하고 상고한다면 또 한번의 대법원 심판을 받게 된다. 물론 대법원 재상고심에서 유승준이 승소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비자발급업무를 관장하고 '입국금지결정'을 내렸던 주무부처인 법무부가 '입국금지결정'을 철회하고 F-4비자를 내줄지 여부는 법무부 판단에 달려 있다. 대법원 소송결과가 꼭 법무부를 기속시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별다른 사유가 없다면 법무부는 대법원 취지와 확정판결 결론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패소한 LA총영사가 유승준에게 F-4비자를 발급하더라도 법무부가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유승준에게 '입국금지결정'을 유지한다면 유승준은 적법한 비자를 받은 상태임에도 인천공항에서 다시 입국이 거절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유승준은 법무부를 상대로 '입국금지처분'이 부당하다는 별도의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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