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편집자주]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일부 직업군의 직장 내 괴롭힘 '태움'. 여기서 출발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이 오는 16일부터 시행된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범법을 저지르게 되고, 회사가 이를 제대로 조치하지 않으면 처벌된다.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과 법률 전문가 견해, 해외사례를 종합했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the L] "김영란법 시행 초기처럼 혼란 올 수 있어…가해자 처벌 규정 없어 '노동환경 개선노력'에 의미"]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법에 명시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오는 16일부터 시행 예정이다.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각 직장과 업무 현장에 바로 적용되는 것으로 기존엔 법으로 규제하지 않았던 부분까지 문제 삼겠다는 시도다. 상사의 갑질 등 근로 현장에서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게 주 내용이다.
법 전문가들은 대체로 김영란법(부패방지법)시행 초기와 마찬가지로 각 직장에서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16일부터 시행되는 근로기준법 제76조 2에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이 조항만으로는 해석이 어렵기 때문에 김영란법 매뉴얼을 내놨던 국민권익위원회처럼 고용노동부도 별도 매뉴얼을 발간했다.
노동법 전문가인 양지훈 변호사(법무법인 정상)는 “‘직장 내 괴롭힘’의 추상적 포괄적 규정으로 시행 초기 다소간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소연 변호사(리인터내셔널 특허법률사무소)도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이나 행위에 대한 판단기준이 모호해 실제 사안에서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자에 직장 내 조사와 징계를 맡긴 점도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변호사는 "회사가 직접 조사해 징계 등 조치를 하는 것이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조항이 따로 있지는 않기 때문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배진석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직장 내에서 인사권을 가진 경영진의 눈치를 보는 다수의 직원이 침묵하고, 과연 회사가 이를 조사해 조치를 한다는 게 가능할 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배 변호사는 “개정 법률에서 ‘적정범위’라는 모호한 기준을 제시했는데 이는 예견하기 어렵다”며 “무작정 법률 규정을 포괄적이고 엄격하게 만들어 놓으면 요즘 학교폭력사건에서 그런 것처럼 분위기가 안 좋은 직장에선 신고가 남발될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법 시행이 의미를 갖기 위해선 노사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처벌'을 위한 법이라기보단 직장 환경 개선을 위한 장치라는 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양 변호사는 "현장에서 무엇이 괴롭힘인지에 대해서 노사 간의 나름의 합의가 더 필요하고 그러한 합의 과정에서 좋은 조직 문화를 함께 만드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변호사도 "법률 개정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기업이나 근로자가 입법취지에 맞게 근로관계를 운영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 변호사는 "종전 근로기준법이나 노동법령에서도 직장 내 성희롱이나 따돌림을 하라고 돼 있던 게 아니었다"며 "'이 정도면 괜찮다 관행이다 이건 업무의 연장이다'라며 근로자들을 쉽게 보고 괴롭혀온 게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뒤 회사가 신고자나 피해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게 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8&aid=0004247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