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the L]검찰, 업무방해·직권남용으로 권 의원 기소했지만 제대로 된 '입증 없어'…최 전 사장은 부정채용 지시 '인정'돼]
'강원랜드 채용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법원은 권 의원에게 채용 청탁을 받았다는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2019.6.24/사진=뉴스1
강원랜드에 취업청탁을 했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1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았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순형)는 선고공판에서 권 의원이 청탁했다는 점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이 이미 유죄를 선고받고 구속 수감돼 있다는 점에서 청탁을 한 자는 ‘무죄’가 나오고 청탁을 들어 준 자는 ‘유죄’가 된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법률전문가들은 채용청탁 관련 사건 판결들의 ‘유무죄’라는 결과만을 보고 그렇게 단순하게 해석할 순 없다고 설명한다.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 '부정채용'지시에 의한 '업무방해 유죄'
우선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최흥집 전 사장은 권 의원 청탁에 의한 부정채용이 인정돼 유죄를 선고받은 게 아니다. 춘천지방법원은 지난 1월8일 최 전 사장에게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를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하며 "공공기관인 강원랜드 최고 책임자로 청탁을 근절하고 채용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저버리고 1~2차 교육생 선발 시 인사팀장에게 지시해 부정채용을 지휘했다"는 선고 이유를 밝혔다.
즉 최 전 사장 자신의 '부정채용 지시'가 문제된 것이다. 최 전 사장 사건에서 권 의원 등의 청탁은 입증된 게 아니다. 최 전 사장 스스로 부정채용을 지시해 관철 시킨 행위가 유죄로 인정된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강원랜드 전 인사팀장 권모씨와 전 기획조정실장 최모씨의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인사담당 라인이 대부분 부정채용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결국 부정채용에 관여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강원랜드 임직원들은 '외부 청탁' 유무와는 별개로 스스로의 '부정채용' 혐의가 '업무방해죄'라는 죄목으로 인정되고 있다.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 2014.6.5/사진=뉴스1
◇권성동 의원, 입증도 안 되고 피해자 없어 '업무방해죄' 성립도 안 돼
반면 검찰에 의해 기소되고 의심을 받고는 있지만 권 의원의 경우엔 이번 1심에선 '업무방해' 혐의가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선 검찰의 수사결과가 미진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업무방해죄'의 특수성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법원은 "피고인들(권 의원 및 함께 기소된 전 리조트본부장)이 최 전 사장과 인사팀장에게 청탁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최 전 사장의 부정행위가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면 관련 인사팀장 등은 오히려 최 전 사장이 행한 업무방해의 '공범'이지 이들을 (권 의원 등의)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의 상대방, 즉 피해자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시 말해 권 의원 등의 청탁이 입증도 안 됐지만 청탁이 있었더라도 그 행위가 '업무방해'라는 죄를 구성하지도 못한다는 얘기다. 법리적인 얘기지만 업무방해라는 범죄가 성립하려면 업무를 방해받은 '피해자'가 있어야 하는데 재판부는 강원랜드 인사담당자들은 그 피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최 전 사장등과 공모해 부정채용을 저지른 공범이라고 본 것이다. 즉 권 의원 청탁이 있었는지도 입증이 되지 않았고 있었다고 해도 업무방해가 성립되지 않는 셈이다.
◇'직권남용'으로 볼 수도 없어
강원랜드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저질렀단 기소내용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산업통상자원부 담당공무원들이 권 의원 요구에 따라 한국광해관리공단이 자격미달자를 강원랜드 사외이사로 지명토록 했다고 기소했다.
그런데 법원은 사외이사가 된 해당 인사가 자격미달도 아니었고 업무수행능력이 부족하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에 담당공무원들의 지도·감독권 행사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구성했다고 해도, 권 의원이 공동정범으로서 해당 공무원들과 공모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사외이사 지명과정에 불법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고 정당한 지도·감독권 행사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이다.
한편 지난 1월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의 경우에도 비슷한 사례에서, 항소심에선 강남구청 위탁업체인 모 의료재단에 제부 박모씨 취업을 강요했다는 직권남용 혐의가 1심과 달리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관련 증거와 진술을 종합해 볼 때 부당한 압력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재단 이사장의 의사 결정을 왜곡해 채용을 강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문체부 출신 꽂으려던 전 서기관도 직권남용 '무죄' 나와
권 의원 재판에 앞서 법원은 이미 지난 달 29일 강원랜드의 또 다른 채용청탁 사건이었던 문화체육관광부 서기관 김모씨에 대한 판결에서도 직권남용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강원랜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김씨가 기존 카지노본부장을 해임시키고 그 자리에 문체부 출신 내정자를 채용하도록 외압을 가해 최 전 사장 등이 이에 따랐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강원랜드 '채용·인사'는 부처 공무원인 김씨의 권한 밖의 일로 직권남용 혐의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이 재판이 무죄가 되면서 비슷한 혐의를 받은 권 의원 재판도 무죄 선고 가능성이 높았었다.
종합해보면 검찰은 권 의원의 청탁이 강원랜드의 교육생 선발 등 인사결정에 영향을 미쳤고 결과를 바꾸었다고 봤지만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권 의원 청탁으로 채용됐다고 검찰이 지목한 대상자들이 동시에 다른 경로로 추천되거나 청탁됐고 권 의원이 직접 청탁했다는 증거도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청탁대상자 명단은 권 의원이 아니라 권 의원 친척인 권O동씨가 관여한 것이란 진술과 증거가 나왔다. 검찰 기소내용에 오류가 있었던 셈이다.
또한 최 전 사장이 권 의원 청탁에 의해 채용과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법정에 나와 했던 진술도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법원은 오히려 최 전 사장 자신이 권 의원 청탁 등과는 별개로 부정채용을 지시할만한 동기가 있었다고 봤다.
다시 말해 권 의원의 청탁은 검찰에 의해 입증되지도 못 했고, 강원랜드의 부정채용은 오히려 인사업무 담당자를 비롯한 경영진에 의한 불법이었다는 게 법원 결론이다.
신연희 전 서울 강남구청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횡령·직권남용' 업무상횡령 등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1.17/사진=뉴스1
◇전 의원 비서관 채용, 대가성 입증 안돼…제3자뇌물수수도 아냐
검찰은 권 의원 전 비서관을 채용하는 대가로 권 의원이 강원랜드의 청탁을 해결해줬다고 기소했지만, 법원은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법원은 국회의원으로서 권 의원이 직접적인 직무관련성이 있는 개별소비세 개정안 및 강원랜드 워터월드 조성사업 감사와 관련해 최 전 사장의 청탁을 받고 승낙한 사실은 인정되나, 지역구 의원인 권 의원에 대한 강원랜드의 청탁을 부정 청탁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강원랜드가 강원 지역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을 고려할 때 지역 민원 해결을 위해 충분히 가능한 행위라고 본 것이다.
또한 건설업 재직경력 등이 풍부했던 권 의원 전 비서관이 최 전 사장에 의해 부정채용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결론냈다.
권 의원에 대한 1심 결과에 대해 김운용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검찰 수사가 미진했을 수 있고 공소장 변경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재판부의 제대로 된 판결을 받았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입증이 부족해 무죄가 되는 경우는 일반인 사건에선 사실상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런 중요 사건에선 입증의 정도가 더 특별히 요구되는 건 아닌지 살펴 볼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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